대구68신숙희의 편지 + 경주불국사수학여행(여학생)
그리운 나의 친구들(1982.6.4.경주수학여행)
★남학생 사진을 찾습니다. 누가 보관하고 있는 분 연락 바랍니다.
1983.05.13. 대구68신숙희
선생님께
선생님! 그 동안 몸 편안히 잘 계셨는지요?
저는 선생님께서 보살펴 가르쳐 주신 덕분에 이렇게 몸 건강히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읍니다.
그 동안 선생님을 많이 뵙고 싶었읍니다. 그러나 찾아가서 뵙지도 못하고 지금 이렇게 편지로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겠읍니다.
오늘은 우리 학교에서 교내 합창대회가 열렸읍니다. 여러 반들이 열심히 불렀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 반이 제일 자 하여서 1등을 하였답니다. 저는 우리 반이 1등이 되었을 때에 너무너무 기뻤읍니다.
앞으로는 선생님께 편지 자주 쓰겠읍니다.
다음에는 더 기뻤던 일을 알으켜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오.
1983년 5월 13일
제자 숙희 올림
스승의 은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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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05.14. 대구68신숙희
(630) 대구직할시 중구 봉산동 대구 국민 학교 김국빈 선생님께
선생님께
선생님! 여름 날 같이 무덥고 낮과 밤의 온도차가 심한 이 때 몸 편안하신지요?
저는 몸 건강히 잘 있읍니다. 부모님도 편안하시고요. 제가 선생님 곁을 떠난 지도 벌써 2년이란 세월이 흘렀군요. 이것을 상상하면 세월이란 멀게 느껴지면서도 빠른 것 같아요.
제가 선생님 밑에서 공부한 적이 바로 어저께 같은데 벌써 중학교 2학년이라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 군요. 저는 선생님이 베풀어주신 그 은혜 영원히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선생님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 것은 바로 더욱 더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길이겠지요.
선생님! 요번에는 수학여행을 갔었답니다.
그때는 마침 날씨가 참 좋았어요. 제일 머저 마이산으로 가서 구경을 하고 다시 남원 광한루를 거쳐 송광사에서 첫날밤을 자고 다시 다음 날 아침 남해대교를 거쳐 충무로, 충무에서 다시 한산섬에 배를 타고 갔었읍니다. 그리고, 다시 한산섬에서 해운대로 가서 둘째밤을 지냈읍니다.
마지막 날은 용두산 공원에서 태종대로, 방어진을 거쳐서 대구로 왔읍니다. 퍽 즐거운 여행이었읍니다.
그러나 2학년에 올라오고 곧 불행스러운 일도 일어났읍니다. 그것은 교장 선생님께서 갑작스럽게 별세하신 것입니다. 저도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어리둥절했읍니다. 그래서 지금은 새로 교장 선생님께서 오셨어요. 퍽 자상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선생님, 이번 반창회 때 꼭 나오셔요. 저도 꼭 나갈 테니…….
그러면 선생님, 이번 반창회 때 다시 만나죠. 직접 찾아가지 못하고 편지로 쓰는 것을 용서해 주세요.
그럼 이만 필을 놓겠읍니다.
May 14th 1983.(Sun)
제자 숙희가
대구직할시 중고 대봉2동 590-276 14/3 신숙희 올림 (70원 첨성대 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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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은사님께
계절이 봄의 문턱을 넘어 여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한동안 바람도 많이 불고 쌀쌀하여 예년 같지 않더니, 오늘 하루는 온종일 한여름 날씨처럼 무더웠습니다.
해마다 대구는 봄이 거의 없고 바로 여름이라 했었는데, 올핸 그 말도 무색케 합니다.
깊어가는 밤! 선생님을 떠올리며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떠나며 살아오고 있는가?’생각에 잠겨 봅니다. 아주 어릴 적 고향집 과수원을 비롯해서 정든 학교, 선생님, 그리고 숱한 친구들…. 그런 생각을 하고 보니 떠나온 모든 것들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지금도 내가 떠나온 국민학교 교정엔 계절을 좇아서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낙엽이 지겠지요. 깊어가는 고요한 이 밤엔 저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이불 삼아 포근한 잠을 자고 있겠지요. 그립기에 그것들은 소중한 추억으로 제 가슴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옛 교정에서 그리 먼 곳에 살고 있지도 않으면서, 그곳을 찾아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선생님을 다시 만나 뵙고 나니, 옛 생각들 더 많이 떠오르고 그리워집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잊고 살다가 문득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선생님께선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실까?’궁금하고 한번 뵙고 싶었었는데…. 늘 마음만 가득하고 생각에 그치고 말았지요. 하지만, 올해엔 가까운 곳에 계신 줄 알면서도 막상 스승의 날이 되니, 변명 같지만 무슨 날이라 하여 찾아뵙는 것이 쑥스러워 그냥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늦게 찾아뵙는 죄스러움을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찾아 뵐 수 있는 곳에 선생님께서 계신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가슴이 벅차고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친정어머니께서 다락방 묵은 청소를 하시다가 찾았다며, 6학년 때 받은 상장 몇 장을 수연이 보여준다며 들고 오셨습니다. 얼마나 새삼스러운지, 그런 상을 받은 적이 있는지조차 가물가물한데…. 쑥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추억의 연결고리가 한 가지 더 생긴 것 같아 무척 행복해졌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그때 선생님께선 ‘글씨 예쁘게 쓰기’만 강조하신 것이 아니라 각종 대회에 글짓기나 미술 작품 공모도 많이 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어렴풋한 기억 속에 시민회관 소강당 시상식에 가 보았던 기억도 납니다. 글짓기 공모 제 첫 작품은 ‘유관순’ 위인전을 읽고 등장인물에게 보내는 편지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욱 잊을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졸업하면서 손수 만든 ‘학급문집’입니다. 추억의 학급문집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제가 이렇게 성장하여 이제 내년이면 불혹의 나이가 되는 이 시점에 그나마 책읽기를 좋아하고 잘 쓰지는 못하지만 한번씩 내 글 쓰는 것도 즐겨하고 남들보다 조금 더 괜찮은 필체를 가지게 된 것은 모두 선생님의 덕분입니다.
선생님,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13살의 소녀에게 선생님의 역할이 아주 크다는 것을 이만큼 자라 돌이켜 보니 실감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3학년인 제 딸 수연이는 아니, 남도초등학교에 다니는 모든 재학생들은 큰 축복을 받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훌륭하신 교장 선생님 밑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으니까요. 선생님! 2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 다시 뵙게 된 기념으로 뭔가 특별한 것을 드리고 싶어 작은 선물을 준비했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가까이 두시고 한번씩 젊으셨을 때를 회상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옛날 불국사 수학여행 갔을 때 사진도 스캔 떠서 한 장 같이 넣었습니다. 선생님의 제자로서, 한 학생의 학부모로서, 1등 남도의 발전을 기원하며 무조건적이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선생님 지난번 수술하신 후 건강은 괜찮으신지 걱정스럽습니다.
오래 오래 늘 건강하셔야 됩니다. 꼬~옥요!
2008. 5. 21
작은 별들만 반짝이는 고요한 이 밤에
제자 신숙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