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진주 시민, 참 감사합니다.
지난 4월 22일에는 진주로 갔습니다.
동서의 모친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문상을 간 것이었습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진양호로 가는 시내버스 26번을 탔습니다.
버스에 오르면서 기사에게 운임이 얼마인가 물었습니다.
1,000원이라고 했습니다.
대구시내버스 교통카드를 갖다 대어도, 다른 카드를 대어도 안 된다는 안내 소리가 들렸습니다.
지갑을 열어보니 1000원권 지폐는 없었습니다.
만원짜리 지폐를 내도 되느냐고 물었으나 안 된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퍽 난감했습니다.
돌아서서 승객들에게 말했습니다.
"누가 바꾸어 주실 수 있습니까?"
그랬더니 여성 승객 한 분이 천원을 내밀며 나에게 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바꾸어 주려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이걸로 내십시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습니까?
"아닙니다. 누가 바꾸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앞 자리에 있던 또 다른 여성 승객이 1000원권 지폐 10장으로 바꾸어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매우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는 인사로 그 고마움에 답했습니다.
진주 시민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니까 모든 승객이 내리고 나혼자 뿐이었습니다.
"여깁니다. 종점입니다. 내리십시오."
기사의 안내에 다라 내리니 바로 맞은 편에 엠마우스요양병원이 보였습니다.
장례식장으로 내려가는 길 옆벽에 걸린 시가 내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시입니다.
그대로 베꼈습니다.
그 시를 여기 옮겨 보았습니다.
*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습니다.
심순덕 님이 지은 글이었습니다.
심 님의 글을 이원희 님이 낭송한 <엄마는...>을 옮겨 보았습니다.
아래 웹 주소로 가보시면 됩니다.(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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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발뒤꿈치 다 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가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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