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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봄김국빈 2010. 4. 24. 15:06

★진주 시민, 참 감사합니다.

 

지난 4월 22일에는 진주로 갔습니다.

동서의 모친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문상을 간 것이었습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진양호로 가는 시내버스 26번을 탔습니다.

 

버스에 오르면서 기사에게 운임이 얼마인가 물었습니다.

1,000원이라고 했습니다.

대구시내버스 교통카드를 갖다 대어도, 다른 카드를 대어도 안 된다는 안내 소리가 들렸습니다.

지갑을 열어보니 1000원권 지폐는 없었습니다.

만원짜리 지폐를 내도 되느냐고 물었으나 안 된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퍽 난감했습니다.

돌아서서 승객들에게 말했습니다.

"누가 바꾸어 주실 수 있습니까?"

그랬더니 여성 승객 한 분이 천원을 내밀며 나에게 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바꾸어 주려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이걸로 내십시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습니까?

"아닙니다. 누가 바꾸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앞 자리에 있던 또 다른 여성 승객이 1000원권 지폐 10장으로 바꾸어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매우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는 인사로 그 고마움에 답했습니다.

진주 시민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니까 모든 승객이 내리고 나혼자 뿐이었습니다.

"여깁니다. 종점입니다. 내리십시오."

 

기사의 안내에 다라 내리니 바로 맞은 편에 엠마우스요양병원이 보였습니다.

 

장례식장으로 내려가는 길 옆벽에 걸린 시가 내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시입니다.

그대로 베꼈습니다.

그 시를 여기 옮겨 보았습니다.

 

*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습니다.

심순덕 님이 지은 글이었습니다.

심 님의 글을 이원희 님이 낭송한 <엄마는...>을 옮겨 보았습니다.

아래 웹 주소로 가보시면 됩니다.(국만)

 

http://cafe.daum.net/pnh55/13vh/6603?docid=hOmS|13vh|6603|20100311163703&q=%BE%F6%B8%B6%B4%C2%20%B1%D7%B7%A1%B5%B5&srchid=CCBhOmS|13vh|6603|2010031116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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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발뒤꿈치 다 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가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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