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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노의 어느 날(2)
한봄김국빈
2010. 5. 11. 11:05
스테파노야,
아빠는 지금 너의 모습을 사진 찍고 있잖니.
엄마가 널 행복하게 하고 아빠는 그걸 도와준단다.
사랑하는 스테파노야,
네가 더 자라 한글을 읽을 수 있으면 이 곳에 들어와 이 할아버지가 널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내리사랑이라는 말과 같이 네가 이 할비를 위해 무얼 해 달라라고 바라지는 않겠다.
그러나 먼 훗날 내가 이 세상 소풍 끝내고 하늘 나라로 가거든 첫 제사 때 와서 헌작 한 잔 해 줄 수는 있겠지?
너는 나의 큰손자(또 다른 손자가 나타날 지는 모르나)이므로 그것만은 해야 하느니.
이 할비는 생전에 떡을 좋아했단다. 특히 붉은 팥고물로 찐 찰시루떡과 콩, 밤, 대추 등을 넣어 베개와 같이 그냥 쪄낸 떡(나는 그걸 마구설기라고 한다)을 좋아했단다.
그건 아마 너의 증조부(永자 喜자, 김녕김 28세손)를 닮아 그런 것 같구나.
너의 증조부께서는 쌀 한 되로 만든 송편을 그 자리에서 다 잡수실 정도로 좋아하셨단다.
속된 말로 떡보라고 했지.
한 가지 더 부탁한다.
너의 증조부 산소에는 환타를 꼭 가지고 가서 따라 올리고 큰절 올리기를 부탁한다. 약주를 드시지 못해 청량음료만 드셨지. 그 중에서도 주황색 환타를 가장 좋아하셨다.
당신께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정직하게 사신 분이란다.
합폄하여 모신 너의 증조모(동래정 海자 年자)께서도 증조부 못지 않게 너의 아비를 끔찍히도 사랑하신 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되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