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마당/▶가족친지

김박사의 자람

한봄김국빈 2010. 5. 30. 21:28

20100428 수요일 장맛비같이 많이 내린 날이다.

저녁이다. 18시 50분이다.

낮에 삶아 먹은 달걀인데 아직 남아있다.

노른자는 몸에 안 좋다나 하다며 흰자만 벗겨먹는 것을 본 것이다.

흰자를 벗겨 먹은 노른자는 안 잡고 흰자가 있는 것을 잡는다.

오른손으로 달걀을 들고서는 왼손으로 성호경 흉내를 낸다.

왼손을 좌우로 왔다갔다 하더니 머리를 숙이고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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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1 토요일 화창하게 맑다.

모래 월요일이면 떠난다.

근 20개월 동안 품안에 기르던 아이를 보내려고 하니 가슴 짠하다.

나만 보면 나가자며 현관문을 가리키며 울던 아이다.

그간 바람도 불고 춥기도 하여 혹여나 감기 걸리면 어쩌나 하며 안 나간 것이다.

오늘은 내가 지인 몇 분과 함께 매괴성당에 간다.

막내딸에게 김박사의 다다오 사랑 모습 몇 장을 직어놓으라고 당부하고서.

따따오만 보면 누워서도 앉아서도 굴려보고 자면서도 안고 자는 가장 좋아하는 재산목록이다.

그 모습 두고두고 볼 요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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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3 월요일 갠 날이다.

오후 3시쯤이다.

멀리 가는 터라 좀 일찍 보낸다는 것이 늦어 3시 가까이 됐다.

나만 보면 가슴에 안겨 얼굴을 묻으며 아무에게도 안 가려는데 어떻게 보내지?

제 아비 차에는 안 들어가려고 내게 꼭 매달린다.

"그래 아버지하고 가자."('할아버지'를 '아버지'라 하고 '할머니'는 '어머니', '아버지, 어머니'는 '아빠', '엄마'라고 한다.)

하면서 내 차에 안고 타니까 울음을 그친다.

그러다가 내가 안고 제 아비 차에 타고는 슬며시 놓고 내려왔다.

그 사이에 가게 한 것이다.

돌아서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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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8 토요일 그렇게 화창할 수 없는 날이다.

처이질이 장가를 간다.

안성에 살면서 평택에서 예를 올린다.

지난 3일에 올라갔으니 오늘이 닷새째 되는 날이다.

내일이 예식인데 오늘 올라가는 것은 아기를 안성에 데리고 내려와 하룰밤을 같이 자기 위함이다.

저녁 늦게 만난다.

닷새만인데도 50여 일이나 지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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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9 일요일 따가울 정도로 맑다.

식장에서도 안기고 밖으로 나가자고 조르고......

그러다가 저녁이 되어선 또 보내야 한다.

할머니가 내려간다고 울고불고 또 안 떨어지려고 한다.

지난번 3일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나는 이런 저런 핑게를 대고 내알 간다며 아기를 안았다. 그제서야 그친다.

저녁 7기에는 미사 참례를 해야 한다. 

"얘들아, 내 나가거든 올라가거래이."

우는 모습 보기 애처로워 그렇게 이별하고 만 것이다.

갈 때는 잘 갔는지, 울지는 않았는지, 몇 시 쯤 도착했는지. 모두가 궁금하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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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

"내가 전화를 하면 잘 때인지 없을 때인지 모르니까 너희들이 전화를 하거라."

내가 보낸 문자메시지이다.

왜 이렇게 보고싶은지 모르겠다.

사진만 봐도, 동양상만 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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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30 토

밤 10시가 가까운 때다.

며늘아가로부터 그간의 보고가 왔다.

낮에는 어린이집 아이들과 함께 놀더니 피곤한지 6시 경에 잠이 들었단다.

7,8월이면 또 통영에서 바람 쐬며 지낼 수 있단다.

그 전에 한번 보고 싶다.

빨리 그 날이 오기만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