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마당/▶탄핵자료

2017.10.24. 알렉상드르 뒤마 '철가면'

한봄김국빈 2017. 10. 24. 17:35


조선일보(2017.10.24.)

알렉상드르 뒤마 '철가면'

-서지문(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어렸을 때 어머니가 사주신 어린이세계문학전집 가운데 '철가면'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이용으로는 매우 부적절한, 무시무시한 음모 이야기였는데대개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프랑스 왕에게 아무도 모르는 쌍둥이 동생이 있었는데, 혹시 국민이 그가 정당한 왕위 계승권자라고 할까 봐 철옹성 같은 감옥에 철가면을 씌워 20여 년을 감금해 놓았다는.

 

사람이 수십 년을 첩첩 감방 속에서 쇳덩어리 가면을 쓰고 산다는 생각만으로도 어린 마음에 소름이 끼쳤고더위에 약한 나는 철가면 속에서 땀이 철철 흐를 때는 어떻게 했을까, 가면 속에서 살이 짓무르고 썩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오금이 저렸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수갑에 묶여서 탈진한 모습으로 법정을 오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얼굴이 어쩐지 '철가면'의 수인(囚人)을 연상케 했다. 집권 세력의 경계심 때문에 세상에서 격리되었고 얼굴에 인간의 감정을 나타낼 수 없는 수인이라서.

 

물론 박 전 대통령이 평범한 여인이었다면 자기의 처우에 대해 통곡하며 원망도 하고 호소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탈진한 얼굴로 수갑을 차고 높은 호송차 계단을 오르다가 떨어져서 호송원이 엉덩이를 밀어 올려 탈지언정 석상 같은 얼굴로 일절 불평이나 하소연을 하지 않는 그 자제력이 고마웠다.

 

박 전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한 적은 없고 그가 신뢰했다는 최순실 얼굴을 보고서는 오장육부가 뒤집힐 정도로 격분했지만.

 

박 전 대통령 구속 연장 소식을 듣고 과연 저 여성이 구금 생활과 살인적 재판 일정을 6개월 더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명백한 중환자로 보이는데 재판부 눈에는 '철의 여인'으로 보이는 것일까?

 

지금 박 전 대통령은 역류성식도염 때문에 구치소에서 지급하는 식사의 3분의 1밖에 먹지 못한다고 하는데그러면 체력과 신체 기능의 극심한 저하가 올 수 있다.

부신피질호르몬 분비 저하 증세도 의심되는데이는 급성 저혈압에 따른 돌연사를 유발할 수 있는 질병이라 한다.

그리고 날이면 날마다 10여 시간씩 앉아 있어야 하면 허리가 견딜 수 없다.

 

가만히 서 있기도 힘겨워 보이는 60대 여성이 도주 우려가 있어서 구속을 연장한다니,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