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에 다시 찾았다.
예천군 보문면 학가산 밑에 자리한 고찰 보문사를.
1968년 5월에 어린 천사들과 함께 원족을 갔던 곳이니 참 오래간만이다.
세상이 시끄럽고 국내 안보가 위태로워 모든 게 시퍼런 물 가에 세워진 어린 아이같기도 하고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밤에 초롱불 들고 논물 보러 가는 것 같기도 한
2017년 12월의 끝자락 29일이다.
새소리 하나 안 들리고
풀벌레 소리는 더욱 안 들리고
솔바람만 쏴쏴 골짜기를 스친다.
사찰을 찾는 나그네도 없고
독경소리도 안 들리고
보살이나 처사도 안 보이는 경내 뜰에는 누렁이만 나를 알아보고
두어 번 컹컹 소리내더니
이내 그 소리도 멈추고 먼 산만 바라본다.
아마 '저 인간도 그런 인간이려니' 하는 듯한 모습이다.
주차장 한켠에 자리잡은 해우소 문이 나를 부르는 듯 문을 열어준다.
내가 소피를 보고싶은 것도 어찌 그리 잘 아는지......
저 멀리 바라다보이는 송림이 50년 전에 찾던 그 송림이련만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만하다.
머릿속에서 옛날을 더듬는 데 그 어떤 추억도 되살아나지 않아
글로 서러워진다.
아마 오밀조밀한 추억이 있으련만
녹슨 내 머리로는 도저히 그 실마리를 잡아낼 수가 없다.
걸음을 돌려 하산을 한다.
여름이면 풀벌레와 새소리가 아름답고 솔향기 그윽한 골을 따라 내려온다.
도로변까지의 거리가 2킬로미터 남짓하다.
넓은 문의 사찰에서 독경을 하던 그엣날의 그 승려도
그 어디에서 나처럼 옛추억을 더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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