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42년/▶보문국교

50년만에 다시 찾은 보문면 普門寺

한봄김국빈 2017. 12. 30. 10:47

50년만에 다시 찾았다.

예천군 보문면 학가산 밑에 자리한 고찰 보문사를.

1968년 5월에 어린 천사들과 함께 원족을 갔던 곳이니 참 오래간만이다.


세상이 시끄럽고 국내 안보가 위태로워 모든 게 시퍼런 물 가에 세워진 어린 아이같기도 하고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밤에 초롱불 들고 논물 보러 가는 것 같기도 한

2017년 12월의 끝자락 29일이다.


새소리 하나 안 들리고

풀벌레 소리는 더욱 안 들리고

솔바람만 쏴쏴 골짜기를 스친다.


사찰을 찾는 나그네도 없고

독경소리도 안 들리고

보살이나 처사도 안 보이는 경내 뜰에는 누렁이만 나를 알아보고

두어 번 컹컹 소리내더니

이내 그 소리도 멈추고 먼 산만 바라본다.

아마 '저 인간도 그런 인간이려니' 하는 듯한 모습이다.


주차장 한켠에 자리잡은 해우소 문이 나를 부르는 듯 문을 열어준다.

내가 소피를 보고싶은 것도 어찌 그리 잘 아는지......


저 멀리 바라다보이는 송림이 50년 전에 찾던 그 송림이련만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만하다.


머릿속에서 옛날을 더듬는 데 그 어떤 추억도 되살아나지 않아

글로 서러워진다.


아마 오밀조밀한 추억이 있으련만

녹슨 내 머리로는 도저히 그 실마리를 잡아낼 수가 없다.


걸음을 돌려 하산을 한다.

여름이면 풀벌레와 새소리가 아름답고 솔향기 그윽한 골을 따라 내려온다.

도로변까지의 거리가 2킬로미터 남짓하다.


넓은 문의 사찰에서 독경을 하던 그엣날의 그 승려도

그 어디에서 나처럼 옛추억을 더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