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42년/▶보문국교

나의 첫사랑 학가산 닮은 보문의 아이들

한봄김국빈 2009. 11. 12. 13:37

[선생님의 행복편지] 나의 첫사랑 학가산 닮은 보문의 애인들


대구남도초등학교 김국빈


42년 전 이른 봄날, 얼음 녹은 내성천 물을 건너서 다다른 나의 첫 부임지가 학가산 산줄기 아래 그림같이 내려앉은 예천의 보문초등학교. 그때 내가 만 20세 총각 선생, 너희는 12,3세 6학년이니 7,8년 연하의 첫사랑이 너희였단다.


너희들이 졸업한 지 34년 후인 2002년 정월, 동창회를 한다고 나를 부른다는 소식을 듣고 밤잠을 설칠 만큼 설레었단다. 첫사랑 제자들과의 감격스러운 만남이라는 선물을 주신 하느님과 천지신명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지. 그땐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 얼굴도 이름도 다 잊어버려 몰라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서 나의 가보(家寶)처럼 아끼던 졸업 사진첩을 예천행 직행 버스 안에서 보고 또 보고 했으니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알만도 하지 않겠니?

처음 만날 때 정류소 앞에 주유소를 하며 산다는 원식이를 찾은 첫대면. 그가 내게 “누구십니까?” 할 때 “오늘 동창회에 온 담임인데요….” 하자 사무를 보던 아가씨가 웃던 일, 식당에서 만나 얼굴을 몰라 묻고 또 묻던 일이 또 하나의 추억이 되고 말았구나.

‘어느 하늘 아래서 어떤 사람과 만나 어떻게 살고 있을까?’ 늘 생각해 왔었는데 열심히 사는 모습 보인 친구는 반가웠는데 불행하게도 故人이 되었다는 소식은 나를 슬프게 했었지.


실습지에서 밭 매고 모 심으며, 운동회 종목으로 막대체조 연습할 때 잘못한다고 너희들에게 매를 댔던 일, 쌀 봉지를 가지고 희방사로 가을 원족을 가던 일, 첫눈이 운동장에 하얗게 내렸을 때 눈싸움을 하던 때, 문래실로 가정방문 가서 놀던 일들이 지금도 내 머리에 떠오른단다.

그때 우리 반 너희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만 모인 비진학반이라 초등학교 6년 졸업이 최종학력이 돼 버린 너희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 아려왔었단다.


이제 인생 나그네길의 길동무가 된 나의 첫사랑인 너희들에게 부탁한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학가산 닮은 굳은 의지로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기를 하느님과 부처님께 빌고 또 빈다. 그리고 나도 조금씩은 생각하면서. ㅋㅋㅋ. 너희는 나의 첫사랑이자 영원한 애인이란 걸 잊지 말거래이.

2009년 11월 어느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