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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날에 불현듯 생각나는 것

한봄김국빈 2010. 10. 15. 10:04

부모의 존재는 북풍한설을 막아주는 병풍과 같으며 비바람을 막아주는 앞남산의 넓적한 바위와도 같다. 또한 폭염을 막아주는 소나무 그늘과도 같다.

나는 부모님이 쓰시던 것을 함부로 버릴 수 없어 가방 안에 넣어 보관하고 있다.

언젠가 마을에 찾아온 환쟁이가 마을 어른들의 영정을 그린다며 찍으신 사진을 나는 간직하고 있다.

서재랄 것까지는 아니지만 나만의 공간인 방의 책장에 두 분의 옛 얼굴을 찍은 사진을 모시고 있다.

두 분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면 지난 날의 아련한 일들이 떠오르곤 한다.

춥고 더울 때도 다 큰 자식을 생각하시는 마음이 절절하셨고 어둑어둑한 새벽에도 일을 가시고 달빛 훤한 밤 늦게까지도 일을 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신들께서는 육남매를 낳아 기르시면서 참으로 배를 많이도 곯으셨다. 

지금 가만 주위를 둘러보면 두 분을 생각하게 하는 분들이 어머니와 한 연세이신 중백모님, 어머니와 같으신 이모님과 외숙부모님 등이 전부이시다.

 

지난 1일에는 어머니 얼굴과 너무나도 닮으셨던 외숙부께서 별세를 하셨다.

생전에 찾아가면 항상 우리 걱정만 해 주시던 외숙이셨다.

평생을 교단에서 제자들을 가르치시다가 평교사로 정년을 하셨다.

슬하에 4남매를 두시고 행복하게 사시던 분이셨다. 

눈을 감으시기 한 열흘 전까지도 선명한 기억으로 요양시설에는 안 가시겠다고 하셨단다. 가족과 떨어진다는 것이 감옥과도 같기 때문이었다. 

 

그렇게도 가기 싫어하시던 요양원에는 안 가시고 편안하게 눈을 감으신 것이 평생 동안 덕을 쌓으신 때문이리라.

 

오늘은 우연히 인터넷신문에서 말년을 쓸쓸히 보내는 어느 김씨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며칠 전 돌아가신 외숙님이 생각나고 한편으로는 미구에 다가올 나의 모습이기도 하여 여기 옮겨 보았다.

나도 평생을 교직에서 살아왔고 3남매가 있어 그들이 짝을 찾아 살고 있다.     

 

한국아이닷컴에서

http://news.hankooki.com/lpage/health/201010/h2010101421080484490.htm

 

 

"전에 있던 시설보다 낫지만… 가족과 바깥세상이 그리워"

김씨의 스산한 황혼… 노인요양시설 생활자 48시간 동행취재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요양시설에서 생활하는 김씨가 원하는 것은 사람들과의 따뜻한 교류다. 시설 입주자나 외부 사람들과 어울릴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김(왼쪽)씨와 동료 입주자가 시설 내 복도를 산책하고 있다. 원유헌기자 youhoney@hk.co.kr


김(74)씨는 자신의 황혼이 이렇게 스산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30년간 교직에 몸 담았고, 부인과 자녀 1남3녀와 남부럽지 않은 단란한 가정을 꾸려왔다. 아이들도 모두 잘 자랐다. 교직원연금에 가입해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큰 걱정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부인과 자녀, 손주와 함께 따뜻한 가정에서 고즈넉한 말년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김씨의 기대가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퇴직한 다음 1년간은 그런대로 가족과 잘 지냈다. 하지만 할 일없이 지내다 보니 스스로 위축됐고, 부인과도 자두 다투게 됐다. 2년 전에는 위암 수술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위암 수술 후 파킨슨병까지 겹치면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기가 어려워졌다. 김씨는 "다른 가족들에게 듣기 싫은 얘기를 하며 괴롭혔고, 내가 했던 말조차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부인은 간병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자녀들도 아버지를 모실 자신이 없었다. 결국 요양시설이 '현실적인 타협점'이 됐다.

 

(주) 나도 바로 위의 경우와 같이 현재는 별 걱정없이 지내고 있다. 나는 그러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부모는 열 자식을 건사하지만 열 자식은 한 부모를 섬기지 못한다는 말이 머리를 스친다.


퇴직 후 순식간에 무너진 노년의 꿈


김씨가 집을 떠나 중부지방의 한 소도시 외곽에 그의 평생 일터였던 학교건물처럼 자리잡은 지상 4층짜리 요양시설 'OO마을'에 짐가방을 푼 건 지난 (2010년) 8월. 요양시설에 입주하려면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김씨는 다행히(?) 시설 입주가 가능한 2등급이었다. 전세집은 아직 자신의 명의이고, 아내가 시설에 내는 매월 48만5,000원의 비용도 자신의 연금에서 나눠 보내면 되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미안함은 덜했다.


지난 8월말 기준 국내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 541만여명 중 요양시설 입주자는 약 8만6,000명. 이로써 김씨는 노인 인구 중 1.7%에 해당하는 요양시설 입주자가 됐지만 과거 자신의 제자들이 학교를 떠났듯, 자신도 치료를 마치면 조만간 시설을 떠나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씨는 과거에도 다른 요양시설에서 잠시 생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입주하면서는 '요양시설 조기졸업'을 목표로 치료에 대한 의지를 새롭게 다졌다. 밥도 열심히 먹고,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가서 처방 받은 약도 꼭꼭 챙겨 먹었다. 그가 먹는 카세핀과 프레탈 등은 치매와 파킨슨 병의 진전을 막기 위한 약들이다. 밖으로 나가 운동도 하려고 마음 먹었고, 시설에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과 오목을 두면서 기억력을 회복하려고 노력도 했다. 그건 병을 극복하고 다시 단란한 가정으로 돌아가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인 셈이었다.

 

(주) 가족과 떨어져 사는 김씨의 심정을 어이 모르리요. 오호애재라, 젊은 시절 내 자식 교육은 젖혀두고 남의 자식 교육에 온 열정을 다 쏟던 지난 날이 생각난다.


마모되는 의지, 깊어지는 단절


하지만 그의 각오와 달리 시설에서의 나날은 점점 더 깊은 고립과 단절을 향해 퇴화해갔다. '00마을'에 입주한 노인은 약 80명이다. 이 가운데 자신을 돌볼 수 없을 정도의 치매환자가 대부분이고 나머지가 위암과 폐암, 뇌병변과 같은 질병을 가진 이들이다. 대다수가 타인과 정상적 교감이나 교류가 어려운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김씨는 함께 이야기를 나눌만한 사람조차 만나기 어려웠다. 시설 입주자들이 서로 어울릴 프로그램도 많지 않다. 때문에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 7시부터 식사를 하고, 뉴스를 보고, 잠을 자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요일 별 뜸 치료와 물리 치료, 노래교실, 오후예배 등의 과정이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됐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여전히 목말랐다.


혼자서 밖에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었다. 대부분 시설은 번호키로 문을 닫고 입주 노인들의 출입을 통제한다. 이는 노인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노인을 모시고 함께 할 수 있는 직원들의 수가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김씨는 "그나마 여기는 밥도 잘 나오고, 생일 때 고깔모자를 쓰고 잔치도 해준다"며 "다른 시설보다 만족한다"고 했다. 김씨는 "전에 있던 시설은 다루기 힘든 노인들에게 욕설과 발길질을 하는 등 비인간적 대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요양시설에서의 치료는 사실 질병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방어적 성격이 짙다. 물론 시설에서 몸이 회복돼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다. 그래서 대부분 시설 입주 노인들은 입주 시점의 각오와 달리 나중엔 시설에 적응하고 만족을 찾으려는 일종의 '포기상태'에 이르게 된다. 시설 문 밖으로 나가 차를 타고 10분 가량만 가면 일상이 숨 쉬는 번화가로 갈 수 있지만 노인들에겐 너무나 먼 얘기가 되고 만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


현재 김씨가 입소한 '00마을' 같은 상주 요양시설은 국내 3,546개. 김씨처럼 노인장기요양보험 1, 2등급을 받은 노인들이 건강보험공단의 지원을 받아 이용할 수 있다. 김씨와 달리 3등급을 받아 상주는 하지 않고 재가시설을 통해 방문요양, 방문간호를 받거나 재가시설 외래치료를 받는 노인은 지난 8월말 기준 18만3,046명(전체 노인 인구 중 3.4%)이며 이들이 이용하는 재가시설도 1만9,786개에 달한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요양병원 수도 지난 7월 현재 833개로 2005년 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이렇게 보면 황혼의 질병으로 어떤 형태로든 김씨처럼 노인의료복지시설 신세를 질 수밖에 없는 노인 인구는 어림잡아 전체의 10%에 이르게 된다.


점점 많은 질병 노인들이 요양시설에서 고립된 황혼을 보내게 된 건 가족형태가 핵가족화하면서 부모 봉양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 이유가 크다. 여기에 어떤 형태로든 가정의 틀 내에서 질병 노인을 부양할 수 있는 복지시스템이 미흡한 것도 한 몫하고 있다. 결국 점점 더 많은 미래의 노인들이 가족과의 유대가 단절된 채 요양시설에서 서글픈 황혼을 맞을 게 분명한 셈이다.


시설에 활기 불어 넣어야


질병 노인들이 가장 바라는 건 따뜻한 가족 속에서 치료받고 생활하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가족들 역시 여건만 조성된다면 부모를 가까이 보살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려면 무엇보다도 질병 노인들이 가족과 격리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넓은 범위의 재가의료복지시설이 더욱 활성화 돼야 한다.


김현숙 충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들이 성장한 자녀들과 공동 생활권을 유지하며 의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료지원시스템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자녀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충분히 가까이 모실 수 있는 종일 운영하는 재가복지센터나 단기보호시스템이 아직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요양시설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황혼을 조금이라도 더 활기 있게, 사는 것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일까. 김씨는 그것이"곁에서 대화할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마음을 나누고, 서로 이해하면서 노년을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김씨는 건강이 허락한다면 요양시설 밖에 나가 산책도 하고 사람과 자연 구경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설 노인들의 질병 치료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시책을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례로 지금은 요양시설에 입주한 노인이 재활을 통해 건강이 좋아져 요양보험 등급이 내려가면 시설이 정부나 이용자로부터 받는 수입은 오히려 줄어들게 돼있다. 정부가 등급개선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1회에 한해 50만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설 운영자들이 굳이 입주자 치료나 생활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시설 노인을 대상으로 건강회복에 따른 등급을 제대로 평가하고, 등급 개선실적에 따라 지원하는 장려금을 현실화해야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