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42년/▶남도초교

대구남도초등학교 윤시우

한봄김국빈 2011. 12. 9. 20:24

 

“교장선생님, 저 내일 전학을 갑니다”

 

3학년 윤시우


 

5월 28일 오후 2시 좀 넘어서다. 얼굴은 동시리하고 안경을 낀 남자 어린이가 교장실 뒷문에 서성거린다. 인사를 하고는 사라진다. 또 나타난다. 이제는 들어와서 인사를 한다.

“교장선생님, 저 내일 전학을 갑니다. 내일은 시간이 없을 듯하여 오늘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그래, 착하기도 하지.”

“교장선생님께서 지난번에 저에게 ‘예절바른 어린이’ 배지도 달아 주셨습니다. 착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몇 학년 몇 반 누구지? 어디로 전학을 가니?”

“저는 3학년 4반(담임 김재성) 윤시우입니다. 북대구 가는 곳으로 가다가 있는 학교인데 잘 모릅니다.”

“그래, 언제나 예절바른 어린이로 자라고 열심히 공부하는 시우가 되었으면 좋겠다.”

너무 기특하여 홍삼꿀물 음료수 한 병을 준다. 그리고는 같이 사진을 찍어 메일로 보내겠다고 약속하며 메일주소를 적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나갔다가는 또 들어온다.

“교장선생님도 메일 적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왜 이 음료수 안 먹니?”

“이것은 교장선생님이 주신 거라서 기념하기 위하여 먹지 않겠습니다.”
점점 더 날 감동케 하는 말만 한다. 한 병을 더 주면서 먹으라고 하였다. 이렇게 한 후 우리는 헤어졌다. 보내고 나니 한 가지 잊어버렸다. 이렇게 전학을 가면서 교장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스스로의 생각에서인지 아니면 부모나 담임이 시킨 것인지 물어보지 않은 것이다.

며칠 뒤에 메일로 답장이 왔다. 6월 5일에 학교에 온다는 내용이다.


“교장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윤시우입니다.”

“넌 전학을 갔는데 이렇게 와도 되니?"

"전학 간 학교는 오늘 쉬는 날입니다. 친구도 보고 싶고 교장선생님도 보고 싶어 왔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1주일 만에 또 만났다.

“시우야, 고맙다. 지난번에 전학을 간다고 인사한 것은 누가 시켰니? 또 그 음료수는 아직도 안 먹고 있느냐?”

“아무도 안 시켰습니다. 제가 생각나는 대로 했습니다. 그것은 아직 안 먹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예절중심학교를 운영하면서 예절바른 사람이 되라고 교육은 하지만 이런 어린이는 보기 드문 일이다. 또 다시 사진을 찍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에게는 힘이 난다. 교육의 보람을 느낀다. 나는 행복하다.

지금도 시우는 내게 편지를 보낸다. 편지라 할 것도 없는 한 줄 쪽지라고 하면 더 좋을 것이다. 그는 몇 번이나 다짐을 한다. 된사람 든사람 난사람이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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