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42년/▶송현국교

사랑하는 나의 제자 광현 군에게

한봄김국빈 2014. 2. 23. 13:17

 

사랑하는 나의 제자 광현 군에게

책상 위에서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너의 편지가 날 어찌나 기쁘게 했는지 모른단다.

1991년도에 희로애락을 너희들과 함께 하였으니 벌써 햇수로는 다섯 해 째가 되는구나! 그때는 광현 군이 날 슬프게 했었지. 슬프게 했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두뇌가 명석하여 시사에도 밝고 언어 구사력도 뛰어나 한 마디씩 던지는 말이 조리 있고 뜻이 깊었으며, 특히 세계적인 pop singer의 노래를 흥얼거려 그 뜻을 묻자 박식한 해설을 곁들였을 때는 날 깜짝 놀라게 하였었지. 그 뿐만 아니라 쿠르드 난민의 참상을 주제로 한 일기를 썼을 때, 우리 반 친구들에게 소개했던 일을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단다.

이러한 네가 모든 일을 적극적으로 해쳐나갔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었는데 늘 소극적이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으니 나로서는 기대에 미치지 않았던 것이었지. 그러나 난 알고 있었단다. ‘그까짓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드러내 놓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지.’하는 태도였다는 것을.

‘그러나 김 군은 상급 학교에 진학하면 자신의 실력을 맘껏 발휘하여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하는 확신을 늘 갖고 있었단다.

힘들고 고된 고교 시절을 슬기롭게 보내어 ‘힘들었지만 참으로 보람 있었다.’하는 말이 나오도록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광현아, 그 동안 부모님께서는 편안하신지 안부를 여쭈지 못했구나. 너의 편지가 날 매우 기쁘게 하여 그만 잊어버렸나보구나. 두 분께 안부 전해 드리고 말씀을 새겨들어 인생 설계에 꼭 필요한 자양분으로 삼아 주기를 부탁한다. 그리고 91 송현 개구쟁이―개구쟁이가 아니지. 이제는 콧수염이 거무스레하고 키도 나보다 훨씬 커버린 청소년인데―들을 만나는 기회가 있으면 소식 좀 전해 달라는 부탁을 하더라고 전해 주겠니? 어느 학교에 진학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지.

끝으로 김 군이 커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늘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거라. 바르고 튼튼하고 슬기로운 광현이로 자라서 장차 나라와 이웃에 꼭 필요한 인물이 되기를 간곡히 바라면서 이만 필을 놓겠다. 안녕!

1995년 5월 18일

대구신당국민학교에서 대구송현국민학교 6학년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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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제자 미래의 김광현 판사(검사)에게

수화기에서 울려오는 굵직한 너의 목소리가 날 기쁘게 하였구나. 나는 믿고 있었단다. 꼭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 광현아, 제3, 제4의 희소식을 또 기대한다. 앞으로 4년 이내에 또 한 번의 벨소리를 기다려 보자꾸나.

3년 전에 너의 편지를 받고 답장으로 보낸 편지를 찾아보니 그대로 입력이 되어 있더구나. 그 때의 나의 확실한 믿음이 적중했음을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하구나.

광현아, 오늘의 이 기쁨을 너의 부모님과 함께 한다고 말씀 드려 주겠니?

관악산 기슭에서 미래의 법관이 되기 위해 법전을 들고 묵묵히 공부할 너의 모습을 그려보니 내 어깨가 저절로 으쓱해진단다.

광현아, 몇 가지 부탁해도 되겠니? 지금 이 순간의 기쁨에 젖어 있지만 말고 어두운 그늘에서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어여쁜 중생의 인권 신장을 위해서 너의 온 몸을 던질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부모님의 가르침과 은혜에 감사할 줄 알고 몸조심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너는 이제 金○○·趙○○ 두 분의 아들이 아니라 안동김씨 가문의 Hope요, 희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거라. 그리고 현재는 너보다 다소 못한 친구들과도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우정으로 사귀어 ‘참다운 광현’이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만 줄인다.

부모님께도 안부 꼭 전해 드리거래이.

1998년 1월 31일

대구송현초등학교 제10회 6학년 10반 담임 보냄

* 5년 전에 보냈던 편지 참고로 다시 보낸다. 선생님은 1/31 교감자격연수를 마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