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42년/▶구지초교

엄마는 아빠 색시

한봄김국빈 2014. 2. 23. 12:03

 

 

<교단 일기>

엄마는 아빠 색시

5월 7일 화요일 흐림

이 달은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이다.

마침 내일이 어버이날이기도 하고 첫째 시간 바른 생활에서 ‘화목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라는 제재를 학습한 바가 있어 둘째 시간에는 시사 및 행사 계기 교육 시간으로 잡았다.

A4용지 한 장씩을 주면서,

“여러분, 이 종이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그림을 그려요. 그리고 그 밑에는 아버지 어머니께 드리 는 편지를 써요”

“선생님, 아버지 어머니가 없는 사람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그려도 됩니까?”

윤성화와 이나혜의 질문이다.

아뿔싸! 내가 아픈 가슴을 건드렸구나.

“그래요, 윤성화와 이나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얼굴을 그려요.”

 

저마다 엎드려 그리느라고 야단이다. 글씨도 지금까지 익힌 가장 잘 쓰는 글씨로 쓰고 있다.

드디어 다 됐다며 하나씩 가져 나온다.

“자, 이걸 보세요. 잘 썼어요.” 하면서 읽어 준다.

“아버지, 어머니 저를 낳아 주시고 길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부터 말을 잘 듣는 ○○이가 되겠습니다.”

틀에 박힌 내용이었지만 잘 썼다고 칭찬해 주니 그저 싱글벙글이다.

그런데 우리 반에서 책을 많이 읽고 교육 비디오테이프를 많이 보는 조성민이가

“선생님, 엄마 아빠가 어떻게 우리를 낳았는지 다 알아요.”

하니 우리 반에서 어른스럽고 똑똑하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윤성화도 앞다투어 말한다.

“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하고 뽀뽀를 하면 아빠의 아기씨가 엄마의 뱃속으로 들어가요.”

“야! 윤 박사 참 훌륭해요. 그런데 그런 걸 어떻게 알았지요?”

“저 저 저번에 ‘뽀뽀뽀’에서 보았습니다.”

“선생님, 저는 텔레비전에서 보았어요.”

“우리 반 윤 박사, 조 박사는 선생님보다 더 잘 알아요. 다 같이 손뼉!”

 

“여러분이 그리고 쓴 그림 편지를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 아빠에게 축하한다고 하면서 뽀 뽀를 해 드리세요.”

했더니 이번엔 평소에 곽재우 홍의 장군의 동생이라고 별명을 붙여 준 곽신우가 하는 말,

“선생님, 나는 엄마한테 뽀뽀하면 안돼요.”

“왜 그래요? 엄마 아빠한테 뽀뽀하는 것이 내일은 가장 좋은 선물일 텐데.”

“안돼요. 엄마는 아빠 색시잖아요. 아빠한테 혼나요.”

이 말에 우리 반 모두는 웃고 또 웃고······.

“그래요, 남자 어린이는 엄마를 더 좋아하고 여자 어린이는 아빠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선생님 도 배웠어요.”

 

그러고 보니 이번 시간이 아주 값있는 공부를 한 셈이 되었다.

시사 계기 교육에 경로 효친 교육, 인성 교육에 자연스런 성교육, 국어·미술 교육에 에디푸스컴플렉스의 심리학 공부······.

그래, 웃자. ‘이 공문 처리하랴, 저 일 하랴.’식으로 짜증나는 때도 많지만 이런 시간만은 웃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