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42년/▶구지초교

20091110 윤정화, 듬직했던 제자였다

한봄김국빈 2010. 11. 3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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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행복편지] "듬직했던 정화, 13년이 지나도 잊을 수가 없구나" - 어린이조선일보

“선생님, 저 꼭 선생님을 찾을 거예요. 그때까지 살아있어야 해요.” 1996년 내가 평교사로 마지막으로 근무한 대구 달성 구지초등학교에 가던 해, 1학년 1반 윤정화가 내게 한 약속이다. 그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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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행복편지] "듬직했던 정화, 13년이 지나도 잊을 수가 없구나"

  • 대구 남도초등학교 김국빈 교장선생님

입력 : 2009.11.10 10:00

“선생님, 저 꼭 선생님을 찾을 거예요. 그때까지 살아있어야 해요.”

 

1996년 내가 평교사로 마지막으로 근무한 대구 달성 구지초등학교에 가던 해, 1학년 1반 윤정화가 내게 한 약속이다. 그 무렵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어른이 된 제자들이 옛 은사를 찾는 장면이 자주 나왔었다.

 

정화는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정화 할머니는 가끔씩 학교에 찾아오셔서는 “우리 늙은이들이 기르고는 있으나 그게 너무 어려서…”하시며 늘 걱정을 했었다.

 

사랑하는 정화야, 너는 공부도 잘하고 심성도 바르고 언제나 반에서 친구들에게 모범이 되어 주는 아이였지. 동화구연대회에 나가 우수상을 받기도 하고 선생님이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지 척척해내는 재주 많은 아이였어.

 

어느 날엔가 너의 할머니께서 날 찾아오셨단다. 그날 할머니께서는 한사코 사양하는 나에게 2만 원을 억지로 쥐여주시면서 “선생님, 혹시 저 애가 어른이 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세상을 뜨면, 가끔은 바르게 커가는 지 소식이나마 알아봐 주시라고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라고 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구나. 나는 “정화는 할머니·할아버지의 뜻을 저버리지 않을 아이입니다. 그렇게 하지요”라고 대답해 드렸단다.

 

그간 나도 이런저런 일로 연락을 못 하다가 얼마 전에 할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렸단다. 다행히도 맑은 정신으로 살아 계시다는 소식에 감사의 기도를 드렸단다. 우리가 만난 지 벌써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너는 대학교 2학년이 되어 있겠구나. 정화야, 큰 인물이 돼서 나를 찾지 않아도 좋다. 다만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한다면 선생님은 그 이상 바람이 없다. 언제나 어른스럽고 의젓하고 믿음직했던 그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구나. 부디 좋은 색시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길 기도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