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42년/▶본리국교

날 닮아 따르려는 정명이에게

한봄김국빈 2009. 11. 12. 13:42

 

[선생님의 행복편지] 날 닮아 따르려는 정명이에게


대구남도초등학교 김국빈


“선생님, 올림픽은 싫어요. 우리가 좋아하는 만화도 볼 수 없어요.”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고 방송 채널마다 올림픽 중계가 나올 때 우리 11반 아이들의 푸념이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어느 날 나를 찾는 전자우편이 도착하였다. 얼굴 곱상하고 가냘픈 몸매에 갸름한 눈을 가진 아이 이정명으로 강산이 변한 후라 특별한 기억이 잘 생각나지 않는 너였었지.


“어느 날, 몇 명을 불러내어 책을 잡는 법, 목소리 크기나 읽는 속도, 어조 등의 집중가르침으로 몇 번의 시도와 수정 끝에 완벽하게 글을 읽었을 때, 선생님은 두 손으로 번쩍 안아들며 너무 잘했다고 칭찬해주시던 것이 머릿속에서, 가슴속에서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너의 이야기가 나를 20년 더 젊게 해 주는 청량제가 되었단다. 그 얘기가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지.


보통 6학년 때의 제자가 찾지만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한글을 띄엄띄엄 읽는 1학년이 나를 찾는 첫 번째 제자가 되었단다. 그 후로 나를 닮아 교단에 서는 것이 꿈이라며 언젠가는 교사가 되어 내 앞에 웃으면서 찾는다는 너의 모습 그려본다. 4년 전인가 날 찾아왔을 때는 내 생각에는 네가 대한민국 최고의 미인 숙녀로 너무나 반가웠단다. 그런데 바쁜 일정으로 자장면 한 그릇 사 준다는 너와의 약속을 못 지킨 게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구나. 그 후로 진짜배기 일어 선생님이 된다며 일본으로 건너가 주경야독이 아닌 ‘주알바야학습’으로 고난을 겪으면서 유학생활을 한다는 소식과 어머니께서 당뇨로 투병하신다는 소식을 들을 땐 내 마음 아려왔었단다.


사랑하는 정명아, 오늘의 눈물 없이는 내일의 웃음 없으니 흘리고 또 흘리는 고통이 있더라도 참고 이겨 내일에는 미소 활짝 지으며 만나자. 나는 너를 믿는다. 엠마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