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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을 앞둔 어느 50대 가장 이야기가 …

한봄김국빈 2011. 1. 4. 11:49

다음은 한국아이닷컴 기사이다.

 

그도 꼭 나와 같은 처지다.

수중의 금융자산을 보면 나보다 훨씬 많다.

손 안에 든 물건 많다고 결코 행복한 것은 아니다.

나는 대명동 집 한채 깔고 앉은 터 50평이 내 땅의 전부다. 다름 사람과 비교하면 미친 * 궁뎅이보다 더 좁은 땅이다.

 

그는 그래도 농사 지을 땅을 준비해 놓았네.

시골에서 같이 농사짓기로 합의해 준 그의 아내가 참 대견스럽다.

내 아내라면 말도 못 꺼낼 정도로 단호하다.

"시골 갈 요량이라면 당신 혼자 가소."

사실 시골에 가도 땅 한 뼘 없어 갈 수도 없지만 그래도 넌지시 속마음을 떠보면 위와 같은 통명스러운 답만 돌아올 뿐이다.

그래도 나는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다행인 것이 자식 셋 있는 것 모두 짝을 찾아 새끼들을 낳아 기르고 있다.

흔히들 자식 낳아 길러봐야 부모 소중한 것을 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평범한 진리를 모르고 내 새끼의 힘을 덜어줄까 하여 그 새새끼들을 건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내 친구 중 한 사람 있다.

품격높은 언어는 아니나 걸쭉한 입담으로 좌중을 잘 웃기는 친구다.

그의 아들이 "어매, 내 얼라 낳으면 좀 봐 줄라는가?"

하기에 일언지하에 거절했단다.

이렇게.

"야, 이새끼야! 아 낳지 마. 너 아 너 책임 져. 어디 건방지게 지 새끼는 지가 키우는 것이지 어마이한테 아 키워달라고 그래. 뭐? 아 키워달라고?"

그의 이 단호함 때문인지는 모르나 아직도 그 아들은 아이를 낳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 내게는 그의 말이 예수님의 말씀, 부처님의 말씀, 공자님의 말씀같이 느껴진다. 

 

자식새끼란 것은 짝을 맺어주면 걱정 없이 살아가야 하는데 어디 그런가. 이런 일 저런 일로 어미 아비 속태우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이 우리 인생인 것이다.

자식이란 부모가 타이르고 가르치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

(마음이야 어떨지 몰라도 말로는)"그렇게 하겠습니다"고 다짐을 하고 약속을 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데 겉으로의 다짐마저도 속 시원하게 하지 않으니 속천불날 때가 있었다. 품 안에 자식이라면 '교'자의 의미대로 회초리로 쳐서라도 '가르치고', '기르고'하지만 그럴 나이가 아니니 그냥 내속을 내가 달래는수밖에 없다. 그 날 이후 사나흘 동안은 잠을 자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었다.

이 나이에 그런 걸 겪었으니 앞으로 얼마를 더......

 

경북 어느 시골이 고향인 자네('자네'라고 불러 미안합니다)는 걱정이 많다고 하지만 그런 걱정은 괜한 걱정이네. 고향에 돌아가 농사 잘 지으며 여생 30년을 잘 사시게.

내 친구(그도 고향이 경북이다)의 단호한 거절, 자네도 알아두시게.

나도 고향이 경북일세.

 

 

 

[경제] 은퇴 열차 올라탄 베이비부머 가장의 이야기

50대에 일터서 퇴장, 앞으로 30년은 더 살아야

소득 없는 노후, 생계는 해결한다 해도...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시중은행 지점장 최정섭(가명)씨. 어느덧 54세. 30년째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이제는 또 다른 30년 삶을 시작해야 할 때다. 한국 사회의 전형적 베이비부머인 그는 이제 비슷한 또래 700만 명과 함께 ‘은퇴 열차’에 올라야 할 상황이다.


최씨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63년 태어난 동 시대인들과 다르지 않은 궤적을 걸어왔다. 넉넉지 못한 살림형편에 대학 진학의 꿈을 접고 지방의 상고를 졸업, 군 복무까지 마친 뒤 81년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은행에 입사했다. 그리고 30년을 묵묵히 일만 했다. 한 살 연하 아내와의 사이에 아들ㆍ딸 하나씩 두고, 솔직히 지금까지 큰 부족함 없이 식구들 먹여 살리고 자식들 대학공부까지 시켰다. 재작년에는 지점장 승진도 했다.


인천에는 105㎡짜리 아파트도 장만해뒀다. 아들(27)은 대학 졸업 뒤 취직해 제 앞가림 정도는 하고 있고, 딸 아이(25)는 휴학한 채 취직 준비 중이다. 안정된 직장에 1억원이 넘는 연봉, 집도 있고, 아이들 대학까지 공부시켰으니 이쯤 되면 다른 베이비부머들에 비하면 ‘혜택 받은 삶’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회사는 그를 몰아세우고 있다. 그 역시도 1년만 더 다니고 일터를 떠날 생각을 굳힌 상태이지만, 심정은 막막하다. 정년까지는 5년쯤 남았지만, 계속 다닐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지점장 1명이 회사를 나가면, 젊은 신입사원 3명이 더 일할 수 있다는데…


그렇다고 앞으로 부부가 어림잡아 30년은 더 살 텐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최씨 연령의 남자들에게 남은 기대 여명은 27년, 여성의 긴 평균 수명을 감안하면 아내는 최씨보다 7년 가량 더 살 것이라는 게 통계 수치의 예고다. 이 긴 세월을 도대체 무엇으로 먹고 살아가야 할까.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까도 생각하지만, 그 나이에 새로 취직자리를 알아보기는 난감하다. 아내와 조그만 가게라도 해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98년 외환위기 당시의 구조조정으로 은행을 그만 둔 선배 대부분이 창업에 나섰다가 퇴직금만 까먹은 것을 떠올리면 창업도 정답은 아닌 것 같다.


결국 그의 선택은 낙향. 최씨는 퇴직하면 곧장 아내와 고향으로 내려갈 계획이다. 10년 뒤엔 평범한 농부가 돼있을 것이고, 혹시 농사일에 잘 적응한다면 과수원 주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남들에겐 시골 출신이니까 시골로 간다’고 말하지만, 사실 시골서 생활하는 것이 생활비도 덜 들 것이란 현실적 계산도 고려됐다.


사실 최씨의 경우 은퇴 이후 가장 큰 걱정은 경제적 문제다. 지금은 연봉으로 네 식구 생활하는데 결코 부족하지 않지만, 퇴직하면 곧 바로 빠듯해질 수밖에 없는 살림살이다. 생활비만 따져보면 60대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지출은 200만원. 최씨 부부도 해외여행 다니지 않고 검소하게 산다면 한달 200만원 정도로 생활할 수 있겠지만, 이것만 해도 30년간 7억2,000만원이다. 여기에 아들과 딸 결혼자금으로 2억원을 잡으면, 최소 9억원은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최씨가 갖고 있는 자산은 아파트 한 채(시가 2억3,000만원), 귀농에 대비해 고향 경북에 사놓은 땅(1억6,000만원)과 부부 앞으로 들어놓은 개인연금 1억원, 저축 1억원 등 약 6억원. 여기에 중간정산하고 남은 퇴직금 1억2,00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50대 가구의 평균 자산(3억6,000만원)보다 훨씬 많지만, 부부가 살아갈 집 한 채를 남겨두면 생활비를 해결할 고정 수입이라곤 하나도 없다.


지금 아파트는 처분해서 애들 살 셋집 얻어주고 나머지로 시골에 집을 지을 계획. 때문에 국민연금을 당장 내년부터 조기수령하고 개인연금도 미리 타서 생활비로 충당해야 한다. 62세부터 타면 월 10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은 조기 수령하면 수급액이 80만원으로 줄어들지만, 형편상 다른 방법이 없다.


그나마 이미 직장을 그만둔 지 몇 년이 된 친구들에게 이런 상황을 얘기하면, ‘행복한 고민을 한다’고 핀잔을 듣기 일쑤다. 하기야 전형적인 중산층인 그가 이 정도일진대, 다른 베이비부머들은 어떠하겠는가.


최씨가 이제 바라는 건 건강뿐이다. 노년엔 건강이 곧 돈이기 때문이다. 아파도 자식 눈치부터 봐야 하는 게 노인들의 처지. 보험은 들어뒀지만, 노년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확신이 안 선다.


“아직도 몇 년은 더 현장에서 충분히 일할 수 있는데 벌써 나가라고 합니다. 은퇴가 눈앞의 현실로 닥친 지금에야 내 노후, 내 미래를 대비할 여유까지는 없었다는 게 실감납니다. 솔직히 경험도 없는 농사일, 뒤늦은 나이에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앞섭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더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인생후배들에게 보여줘야죠.”